외국 남자를 사랑했어요
어려움이 있을수록 사랑(혹은 추억은)은 더 애틋해지나 보다. 낯선 땅에서 만난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 그들을 사랑하게 된 그녀들이 그 뜨거웠던 시간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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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친구에서 뜨거운 연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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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와의 인연은 펜팔이었다.
고등학교 때 일어과로 진학해 펜팔이 있으면 일어 실력이 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어 관련 잡지에서 펜팔 친구를 찾아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모토카와라는 나보다 5살 연상인 회사원이었다. 그와 편지를 주고받은 지 2년 후 대학에 들어갔고 일본으로의 어학 연수를 결심했다. 일어 실력 향상을 위한다는 핑계였지만 사실은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는 뛰어나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상냥하고 성실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이국 땅에서 그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 역시 그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와 만난 지 5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심하게 아팠던 날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기다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벨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문을 열어보니 그가 서 있었다. 늦은 시간 그의 집은 여기서 꽤 먼데. 그가 너무 고마웠다. 그날 밤 그는 꼬박 밤을 새가면서 나를 간호했고 다음날엔 회사까지 쉬며 나를 돌봐주었다. 그때까지 오빠라고만 생각했던 그가 남자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가 간호하던 3일째 날 밤 그와 난 사랑을 나누었다.
행복한 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어머니를 뵈러 나간 자리에서 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정혼자가 있고 그의 집에서는 외국인 그것도 한국인 며느리는 절대로 들일 수 없다는…. 결혼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배신감과 형용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다. 일본이 지긋지긋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와 집을 정리하고 서둘러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와 연락을 끊은 채 말이다. 지금도 그를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나 역시 부모님께 일본인과 결혼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도 없었고 그의 어머님의 반대를 물리칠 용기도 없어 도망쳐버린 것이다.
그는 아마 나에게 배신 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편이 오히려 나을 것 같다. 서로 가슴 아파하느니 내가 그에게 미움을 받는 편이.
신유정(26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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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만난 마음 여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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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난 중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남자친구와도 잠시 이별을 했다. 중국어 학원에 다니며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마이크를 만난 곳 역시 학원이었다. 하지만 그와 난 눈인사 정도가 고작인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그를 마주쳤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게 됐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다음날부터 그와 나의 사이는 달라졌다. 장난을 치기도 했고 비밀스럽게 쪽지도 나누고 복도에서 손등을 스치며 다정함도 표시했다.
거의 매일을 그 사람 집에 놀러갔다. 중국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 우린 서로에게 그런 사이였다. 당시 마이크는 우리 나이로 서른. 부모님은 프랑스 분이신데 그가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했다. 열네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지금 미국과 프랑스엔 형제들만 있다고.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취직해서 번 돈으로 전세계 여행을 하고 중국에 정착한 케이스였다.
중국의 대명절 설날. 나는 마이크와 함께 중국인 친구 집에 갔다.
그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 잘못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술을 다 받아마신 나는 결국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택시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날이 밝거든 가라고 계속 잡아끄는 그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게 됐다. 갑자기 목 언저리에 입김이 다가왔다. 소름이 끼칠 만큼 부드러운 키스. 그가 나를 안으며 말했다. “I love you.” 난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남녀 사이에 친구란 없는 걸까? 그도 나도 애인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는 처음 내가 학원에 오던 날부터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기쁘기도 했다. 나 역시 이런 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날 이후 그를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의 방문을 두드린 건 나였다. 그가 문을 열어주었고 우린 한참을 서로 꼭 끌어안았다. 서로의 연인을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내 방에서 그리고 그의 방에서 우리는 수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가 금방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가 연인과 헤어지겠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난 그의 배웅을 거절했다.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변할 거라 믿었던 그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그대로다. 만약 그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결정을 하면 떠날 때처럼 조용히 그의 앞에 서겠다.
임지원(25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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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스위트 재퍼니스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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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꿈을 안고 오른 유학길에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이 나에겐 첫사랑인 것 같다. 첫사랑이란 항상 가슴이 아프게 끝나니 말이다. 처음 어학원에 가던 날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일본인이 있었다. 인텔리적인 외모. 알고 보니 이미 각 나라에서 온 여자들한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유학생 특유의 소심함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답답하다 할 정도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스타일이었다. 조금씩 그에게 친구로서도 싫증이 나고 있을 무렵 신입생들이 다시 들어왔다. 왜 그랬는지 새로 들어온 여학생들이 그를 좋아하는 걸 알고 나니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좋아하지 않았는데 흔히 말하는 남 주기는 아까운 그런 맘이었을까? 어쨌든 그 후 그를 몇 번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첫인상만큼 따뜻한 사람이었다. 외로웠던 유학생활에 그의 따뜻함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어느새 차츰 그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에게 고백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일본에 여자친구가 있으며 대학원 시험이 끝나면 그녀 역시 이곳으로 와서 그와 함께 지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여자친구와는 4년을 동거한 특별한 사이라는 것도. 그의 대답 역시 ‘NO’. 자기는 오로지 그 여자친구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였다. 그를 잊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차 한잔을 함께 했다. 늦은 시간이라 내 자취방에서 마셨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평소 수줍음이 많은 나였는데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분위기에 도취되어가고 있는데 그의 배려에 다행히 섹스까지 가진 않았다. 그런 스킨십이 있은 후 그를 잊겠다는 결심은 점점 더 무너져버렸고 잊으려고 애를 쓸수록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 없이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를 찾아가 애원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몇날 며칠을 울며 그를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학교를 떠나던 날 본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후 가끔씩 안부로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그와 나는 인연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그로 인해 아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그를 떠올릴 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면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 같다.
김민주(26세 학생)